그릇만큼 된다
애 셋이 있는 이웃집에 들른다. 아줌마가 장애가 있는지 진동을 최소화한 집안 공사가 눈길을 끈다. 계단을 걸어 위로 올라 가는데 계단이 튼튼해서 진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위층에는 이 집 첫째 아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가며 서로 통성명을 한 후 몇 학년인지 물어 보니 뉴욕대 의대 1학년이라 한다. 마침 우리 애들도 의대를 가고 싶어 하는데 의대를 갈 수 있었던 팁을 얘기해 줄 수 없냐고 묻는다.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가고 집으로 돌아 가기 전 우리집 첫째랑 만나서 따끔하게 충고 한 마디 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때 그는 “그릇만큼 되는 것이다. 그릇이 되면 가만 내버려 둬도 될 것이고 그릇이 안 되면 닥달해도 안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집으로 돌아 가는 나를 따라 나선다. 집 뒷마당 펜스에 난 구멍으로 들어 가기 위해 도랑 위에 쓰러진 나무를 타고 오른다. 뒤 돌아 보며 “혹시 시간이 나면 우리집 애들이랑 얘기 좀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니 “사투리를 쓰시는 것 같은데 혹시가 아니고 혹삼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때 그 집의 아저씨가 우리집 안으로 먼저 들어 간다. 나도 따라 들어 가니 아버지와 그의 지인들이 술상을 벌여 놓고 회를 드시고 있다. 주방에선 어머니와 5촌 숙모가 싱크대에서 회를 준비하고 계신다. 나는 손이 더러워 손을 씻고 앉아야겠다고 말하니 5촌 숙모가 회를 준비하는 싱크대를 가리키며 “손을 씻어라”고 하신다. 하지만 회의 청결을 위해 머뭇거리자 어머니가 그 옆 싱크대를 비우시며 “회가 더러워지니까 그렇지”라고 하시며 빈 싱크대에서 씻으라고 손짓하신다. 나는 표준어라는 혹삼을 되뇌이며 손을 씻으며 잠이 깬다.